바쁘거나 게으르거나...
바쁘거나 게으르거나...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이들 교육에 관한 모토.
요즘 엄마들은 너무 시간이 많거나 부지런하다.
특히 아이들 교육에 관한 한.
열심히 정보를 모으고 필요이상으로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독력하고.
아이들에게 맡겨야하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관찰하고 지시하고.
이래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필요한 부분을, 부족한 부분을 생각할 여지를 빼앗고,
인생에 있어서나, 학습에 있어서 마땅히 스스로 책임져야할 부분을 잃게 만들고,
남에게, 엄마에게 미루는 일이 생기는 것 아닐까?
아이들은 스스로 그것을 해야하겠다는 생각이 없어지고 만다.
무엇인가 작은 성과라도 바란다면....
아이들 스스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어야 한다. 마음먹게 해야한다.
엄마가 할 수 있는,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단언한다
난 바쁘지는 않고 다만 무척 게으른 사람이다.
게으른 것을 예찬하고 아이들에게 떳떳히 자랑하고 그렇게 하기를 권하기까지 한다.
게으른 예 하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아이의 알림장을 내가 펴본 일이 없다.
심지어 엄마의 확인 사인이 요구되고 있는데도.
아이가 펼쳐들고 와서 사인을 요구하면 그저 슬쩍보고 사인만 달랑 해주고 말뿐.
그에대한 일을 맘에 두지 않았다.
다음날 준비물에 수수깡이 있었다하더라고.... 아이가 '수수깡이 필요해요'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반응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특별한 생각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내가 다소 게으르고, 핑게삼자면 어린 둘째아이들 기르는 중이라 맘 쓸 겨를이 없기도 했다.
큰 아이는 그때부터 스스로 챙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을 것이고...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의 실수를 온전히 자기의 몫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혹시 수수깡을 챙기지 못했으면.... 다음날 학교에서 조금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고....
다음에는 그러지 않도록 해야겠다 맘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으른 예 둘.
초등 3학년때 쯤 중요한 숙제를 집에 두고 간 큰아이가 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책상위에 있는 숙제 좀 가져다 주세요. 안그러면 혼나요'
야박한 엄마의 말 '내가 혼나니? 니가 혼나지.'
아이는 스스로의 실수에서 배운다.
아마 그 일 이후로 그와 유사한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다.
잘 챙기기도 하였겠지만, 혹시 빠뜨린 경우가 있었다 하더라고 엄마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되었겠지 짐작할 뿐이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스스로 챙겨지 않은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되어 갑자기 잘 챙길 수는 없는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때 하는 실수는 작은 것이지만,
중학교 3학년에 하는 실수는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일일지도 모른다.
미리미리 실수할 기회를 주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힘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종종 학교로 뛰는 일이 있었다.
깜박하고 실내화를 챙기지 않았을 때다.
이때만은 만사 제쳐놓고 실내화 두짝을 들고 학교로 뛰어가 신발장 아이신발위에 실내화를 살포시 올려놓고 나왔다.
난 아마도 그때, 월요일 새로 빤 실내화를 챙겨주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실내화없이 화장실을 다녀야 하는 그 괴로운 상황에 맘쓰였던 것 같다.
엄마의 게으른 부분을 아이들은 스스로 메꾼다.
이것은 스스로 자라는 아이의 밑거름이다.
엄마들이여 아이를 위해서...
게으르거나.... 바쁘거나....